작성일 : 09-09-29 14:00
개에게도 불심이 있는가?
 글쓴이 : 한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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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팝아티스트 김영수


삶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는 재미있는 전시가 문화골목 내 석류원 갤러리에서 열렸다. 김영수 작가의 <무아(無我)-나라고 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전이 그것이다.

  본래 김영수 작가는 서울 경기 지역을 주 무대로 활동한다. 그런 그의 작품을 갤러리 석류원에서 초대함으로써 부산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3번째 개인전을 처가가 있는 부산에서 열게 되어 기쁘다는 그를 어느 늦여름 저녁, 문화골목에서 팝부산이 만났다.

불교 팝아티스트. 그의 앞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생소하면서도 호기심을 이게 하는 ‘불교팝아트’란 장르는 김영수 작가의 손 안에서 탄생되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불교미술은 불상과 탱화 등에 한정되어 있다. 그는 기존 불교미술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작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 불교의 정신에 현대미술인 팝아트란 옷을 입혔다. 좀 더 불교를, 그리고 불교의 정신을 일상에서 찾고 싶음이 그 목적이다.

갤러리에 들어서자 춤추는 달마가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긴다. 가수 원더걸스의 노바디(Nobody)나 쥬얼리의 베이비 원 모어 타임(Baby one more time)을 추고 있는 달마의 모습에 잠시 어리둥절하다가도 눈꺼풀을 잘라버렸다는 부리부리한 눈마저도 익살스럽게 표현된 것이, 절로 웃음이 나게 한다. 사진 속 달마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섭고 근엄한 달마가 아닌 친근한 일상의 달마를 만난다. 그는 어느 순간, 달마도가 수맥을 차단하고 기를 원활히 하는 부적과 같은 용도로 전락해버린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일상에 달마를 끌어냈다. 춤을 추는 달마라니, 전통 불교계에선 기함할 일이지만 자신은 그렇게 불교의 정신을 일상으로 접목시키고 싶다고 했다.

  <무아(無我)-나라고 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전은 소조, 회화, 사진, 영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사실 그는 도예를 했었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이유를 물었다. 한 개인은 가족의 구성원이기도 하고, 직업을 가진 사회인이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친구, 어느 종교를 믿는 신자 등 다양한 자신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진 않는다. 주변과 합일되는 순간, 그 순간 한하나가 모두 자신일 뿐이다. 불교미술도 똑같지 않은가. 장르에 상관없이 본질에 충실하면 되는 법이다.

그는 도로표지판, 뻥튀기, 고무신 등 일상적 소재에서 무아(無我)의 본질을 좇는다.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을 물었다. 갤러리 한 편의 곱디 고운 리본을 매단 뻥튀기를 가리켰다. 작품 ‘뻥이요!’는 가식과 허위로 가득한 삶 속에서 하찮은 물건을 통해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황당한 일도 있었다. 청계천 근처에서 전시를 열었을 때의 일이다. 작은 뻥튀기를 전시하여 관람 후, 관람객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작은 이벤트를 벌였다. 기부나 자비의 정신을 나타내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주변 상가에 소문이 나, 전시는 보지 않고 뻥튀기만 챙겨가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갤러리 내 작품들은 하나하나 모두 흥미로운 것들이었다. 서울 길상사에서 6시간동안 촬영했다는 작품 ‘삼천 배’ 역시 시선을 끈다. 벽 한쪽에 투영되는 영상 속에서 사람들은 카메라 쪽을 향해 열심히 삼천 배를 올린다. 그리고 화면 앞에 놓인 빨간 방석 하나. 여기서 똑같이 절을 하라는 뜻이냐고 물으니, 반대라고 했다. 그 자리에 앉아 불상처럼 절을 받아보라는 것이다. 삼천 배를 하는 불자들의 영상을 통해 수행과 본질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윤회금지(No Samsara)’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도로표지판으로 옮겼다. 또한 탱화의 주인공으로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등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그 외에도 개님이 주지스님이 될 법한 개심사를 표현한 ‘개에게도 불심이 있는가?Ⅱ’, 부처의 얼굴 대신 자신의 얼굴이 비추는 ‘마음의 거울’ 등 이색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작품들이 가득하다. 불교미술이라 하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어려운 불교용어를 써가며 부처의 말씀을 전하려 하기보다는 좀 더 쉽고 재미있는 일상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해탈을 설명한다.

  <무아>전은 그에게 있어 그동안 작업의 정리다. 절에 들러 절을 하고, 불경을 외우는 것만이 수행이 아니라는 것을 그동안의 작품에 하나하나 녹여 표현 해왔다. 앞으로도 부처의 가르침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그는 더 정진할 것이다.


[스크랩]팝부산